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작성자:이상화  id:bska13,  조회수:98,  등록일:2020-03-16


짐승만도 못한 인간짐승 무리들이 득시글거리고,

또 중공폐렴(COVID-19)이 유입되어 창궐하고 있다.

이에 더해, 정상배들이 진흙탕 속에서 싸우고 있다.


온 나라가 말 그대로 북새통난장판이다.

이상화 시인이 현세까지 내다보고,

倭政시대인 1926년에 시를 지은 것 같다.

시인의 예지력이 凡人들의 상상을 초월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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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~ 이상화 ~



지금은 남의 땅 -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?

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

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

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.

   

입술을 다문 하늘아, 들아,

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!

네가 끌었느냐, 누가 부르더냐. 답답워라, 말을 해 다오.

 


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

한 자욱도 섰지 마라, 옷자락을 흔들고.

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.

 


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,

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

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,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.

 


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.

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

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,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.

 


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.

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.

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.

 


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.

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

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,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.

 


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,

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

무엇을 찾느냐, 어디로 가느냐, 웃어웁다, 답을 하려무나.

 


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,

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

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.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.

 


그러나, 지금은 -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.

 



~ 『 開闢』, 70, 1926.6, pp. 9~10.

* 위의 시는 지금 사용하는 우리 글로 고쳤음. ~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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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끝)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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